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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상풍

작성자
유건일
작성일
2018-01-31 04:19
조회
307
파상풍

개업한지 일년이 조금 지난 초여름 어느날.
50대 초반의 농부가 광양(섬진강 건너쪽 전라남도이나 하동읍이 가깝다)에서
손에 피묻은 수건을 감고 진땀을 흘리면서 진찰실 문을 급하게 열고 들어왔다.
상처를 보니 오른손에 농기구로 찍힌 관통상이다.
외과의사로는 그리 대단하지도 않아 수술실(처치실 겸 간단한 수술실)에서
소독을하고 봉합을 했다.
입원 이틀후 회진을 하는데
“원장님, 목이 좀 뻤뻤하네요.”
“잠을 잘 못 잤나요?”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하루가 지났다.
다음날 보니 이제는 목이 더욱 굳어지고
환자의 상태도 불안하고 예사롭지가 않다.
“아차, 이것이 파상풍이구나.”
“그래, 처치후 파상풍 항독소 주사를 놓지 않았지?”
겁이 벌컥났고, 등골에 일순간에 소름이 싹 돋았다.
환자의 상태는 급속도로 악화되어 오후에는 전신에 근육의 강직이 오고 있고
의식도 점점 안좋아지고 헛소리도 한다.
“치사율이 높다는데?”
정신이 없다.
대학병원 드레이닝시절 파상풍 환자를 본적도 없거니와 또한 치료방법도 깜깜하다.
환자의 보호자들은 환자가 곧 죽어가는 느낌이니,
친척들이 우루루 몰려와서 우왕좌왕이다.
“대구 동산병원으로 갑시다.”
“내가 아는 동생의 형이 그 병원(원무과)에 있으니.”
친척중 하나가 나를 일순간 나를 무섭게 쏘아보고나서 소리를 꽥 질러댔다.

나는 얼이 빠쪘다.
이 환자가 죽으면 천리타향 외지에서 일어날 환상이 너무나 무섭고 두렵다.
내 얼굴은 창백해지고 부랴부랴 택시를 잡아서
마누라가 쌈짓돈 모으듯 모아둔 돈을 주머니에 쑤셔놓고,
뒷 좌석에 환자와 보호자, 앞좌석에는 내가 않아서
대구 동산병원을로 향헀다.
그시절 하동에서 대구 까지는빨리가야 3-4시간이다.
환자의 몸을 급속도로 굳어가고,
보호자는 어쩔줄모를고 악몽같은 몇 시간을 지나서
해질 무렵에 병원에 도착하여 입원을 시켰다.
차편도 끊어지고 병원근처 여관에서 자는둥 마는둥 악몽를 꾸면서,
아침에 병원에가니 독방에 격리중이라 면회가 안된단다.
원망과 모든 책임은 당신에게 있지?
무슨일만 있으면 각오해.하는 무언의 눈빛과 원성을 들으면서
다음날 하동으로 왔다.
일이 손에 잡힐리 없고, 곧 환자 보호자들이 병원으로 몰려들것같다.
마누라는 무엇으로 나를 위로하겠는가?
대안이 없고, 방법이 없다.
그저 하늘만 바라보고 기다리다 운좋게 회복되기를 바랄 뿐이다.
돈이야 얼마가 깨지던 살아났으면 하는 생각뿐이다.
이로부터 한달간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고통은 상상하기도 싫다.
주말에 마누라와 어쩠든 동산병원에 갔다.
여전이 독방에 창문에 검은 커텐을 치고 불도 못키고 환자는 반무의식 상태로 누워있다.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왜 입원실을 컴컴하게 하여야 하는지?
보호자의 차거운 눈총을 뒤로하고 다음날 하동으로,
이런 것은 그런대로 견딜만했다.
사람 말리는 것은 일주일이 지나서부터다.
밤중에 전화가 울렸다. 가뜩이나 전화 공포증에 시달려,
전화벨이 울리면 병원에서 안좋은 일이 생겼나 하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원장이냐.” 대뜸 반말이다.
“나 아무개 환자 사촌동생인데.”
아! 친척중에 광양경찰서에 근무하고 있다는소리는 들었는데.
“당신 어떻게 할 거야?”
지금 이상태에서 무얼 어떻게 하라고,하고 대답하고 싶었으나,
상대방이 너무 고압적으로 나와 나는 주눅이 들어 무슨소리를 했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으나,
목소리가 떨리면서 이런저런 변명같은 말을 한 것같다.
“야! 이새끼. 너 의사 맞아.”돌파리아냐?”
“알아서 해, 네놈과 병원을 풍지박산낼 거야.“
첫날의 전화다. 지금이나 그시절이나 평소에는 끔쩍도 않고 지내는 친척들도
건이 생겼다하면 나타나서 해결사노릇하며 한밑천 잡으려한다.
그 때에는 의료보험이 막 시작할 때라 모든 경비와 치료비는
내가 지불해야만하고 그 비용은 시골에서 코묻은 돈 일년을 벌어도 감당이 안된는 금액이다.
그날 이후로 시도때도 없이 야밤중에 전화벨이 울리는데,
(당시 전화는 병원전화 한 대로 병원과 내실을 쁘라치(선을 공유) 햐여 사용하니
벨소리는 동시에 울린다)
벨이 울리면 피 말리고 심장이 얼마나 뛰는지.
처음 일주일은 거의 매일오고 2주 지나서 환자가 조금씩 회복되어가니
2-3일에 한번 심야에 온다.그렇다고 전화를 안 받을 수가 없었다.
내실에 아이들이 자고 있는데 계속 전화벨이 울리니 일단 받고
저쪽에서 전화가 끊을때까지 기다려야한다.
3주만에 환자가 퇴원했는데 물론 치료비와 합의금(퇴원해서 몸 보신용 보약)까지 지불했는데
끝까지 전화를 한 당사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며 내가 너무 순진하였던 같다.
일차 원인제공은 농부고 나는 단지 파상풍 항독소주사를 처치하지 않은 과실밖에없는데,
수술을 하다가 의료사고를 낸것도 아니고,
정당하게 법에 호소하였으며 마음 고생을 그렇게 하지도 않고 진료비를 물어주지도 않고
일차 처지 부주의 및 과실혐의로 법의 판결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그래도 환자가 생명을 다시 찾은 것도 당시에 내가 마음고생을 한 것이라고 위안을 삼는다.
그후 농부가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따르릉 따르릉.”하는 전화 벨소리를 들으면
마치 “어둠속에 벨이 울릴 때” 영화제목같이
지금도 가끔 악몽같은 그 때가 순간적으로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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